알토스벤처스, 가능성 있는 기업에 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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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리를 찾아서

안녕하세요, 알토스벤처스의 박희은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음’이라는 회사를 2010년에 창업했는데, 그 전에는 ‘엔씨소프트’라는 게임 회사에 다니고 있었어요. 제가 원래 관심 있었던 건 항상 온라인이라는 채널이었어요.

온라인은 실재하는 공간은 아닌데 어떻게 구조화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하는 패턴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그렇게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끼치는 걸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누구랑 온라인으로 연락을 할 때 이메일로, 문자, 전화, 카톡, 내가 저 사람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따라 이 많은 수단 중에서 하나를 고르잖아요. 각각의 온라인 채널들의 특성이 존재한다는 건데, 저는 그게 되게 재미있었어요.

처음에는 게임도 하나의 온라인 채널이고 게임이라는 채널을 통해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겠구나 해서 엔씨소프트에 들어갔어요. 들어갔는데, 많은 분들이 저에게 서버는 어디니? 만렙 찍은 아이디는 몇 개나 있어? 물어보시더라고요. MMORPG를 전혀 해보지 않은 사람으로써 업무는 업무대로 하고 업무 외 시간에는 게임을 계속 해서 레벨을 올려야 제가 하는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엔씨가 하는 게임이 되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다루는 프로덕트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래도 될까에 대해 고민했고, 사실 큰 회사도 아닌데 엔씨 같은 규모의 회사에서도 답답함을 많이 느낀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얼마 다니지도 않았는데 나가고 싶어 하는 몸부림을 치고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제가 몸부림치고 있다는 걸 안 친구가 자기가 아는 형이 새로 온라인 플랫폼 같은 걸 만들고 있으니까 만나 보라는 거예요. 그래서 만난 게 지금 이음의 김도연 대표님이신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재미있어 보여서 파트타임으로 도와드리기로 했어요. 그런데 사람도 없고 사무실도 없는 거예요. 저랑 둘이 있고 대학생에 주말에 일 도와주는 파트타임 몇 분 있고. 이래서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하겠다,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고 이야기하니까 그러면 저도 같이 하면 되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다

제가 되게 큰 포부를 가지고 나온 것 같지만, 사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는데 핑계가 생겼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웃음) 그리고 그때가 아이폰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는데,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앱들이 다운로드 수백만 찍고 그랬잖아요. 후 하면 흔들리고 그런 거. (웃음) 어쨌건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니까 이 기계가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고요. 또 컴퓨터 앞에서 남자 프로필 사진 보고 있으면 뒤에 누가 지나갈까 무섭잖아요? 아무래도 큰 화면이니까. 그런데 모바일 기기는 일단 내 기기고 화면도 작고, 이 기기에서 데이팅 서비스가 조금 더 잘 작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컴퓨터 앞에서는 뒤에 누가 지나갈까 무섭지만
모바일 기기는 화면도 작고,
데이팅 서비스가 더 잘 작동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에 들어갔는데, 직장인들이 생각보다 되게 외롭다는 걸 느꼈어요. 학교 다닐 때는 소개팅도 많이 시켜주는데, 직장 들어가서 나서는 상사가 소개팅시켜줄 것도 아니고 내 친구들은 힘들고. 니즈가 있겠다는 생각을 해서 시작을 하게 됐어요.

이음에서 4년의 시간이 지나갈 동안 정말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어요. 회사도 잘 성장했고 직원 수도 60명 정도 되는, 재미있게 일하는 회사가 되었어요. 그때 뭐가 제일 재미있었냐 물어보면 회사 성장하는 게 재미있는 건 당연하고, 매일 가는 일터에서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랑만 일할 수 있었던 게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너무 내 스타일대로만 사람을 뽑으면 그것도 회사가 망하는 길이기는 하지만, 어떤 자리에 필요해 보이는 사람들을 모아서 그 사람들과 매일 부딪히면서 일할 수 있었던 게 저한테는 되게 재미있었어요. 또 온라인 채널을 통해서 내가 만들어 보고 싶은 채널을 만드는 욕구를 점점 실현해나가고 그 채널을 통해서 사람들이 누군가와 만나고 결혼도 하는 걸 보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김도연 대표님은 오프라인 쪽으로 확장하고 싶어하셨어요. 저는 온라인 쪽을 더 원했고. 그러다 보니까 한 회사에서 목소리가 두 개가 나오잖아요.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그때 많이 했어요. 그때 저는 첫 번째 사업이었고, 되게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와 김도연 대표님이 서로 자리를 바꾸는 스위칭 작업을  6개월 동안 하고 저는 빠지고 싶다고 이야기를 드렸어요.

그런데 저는 법적으로는 이음을 그만둘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찾아가서 그만두고 싶다고 허락을 구해야 했어요. 그 과정에서 알토스벤처스의 한킴 대표님께서 그래서 뭐할 거냐고 물어보셨어요. 굳이 뭐 하고 싶은 건 없고, 일단 2014년을 쭉 쉬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고 이야기했을 때 한킴 대표님이 그러면 잠깐 파트타임으로 같이 일해보자고 하셨어요. 제가 약간 ‘파트타임’이라는 표현에 약한 것 같은데. (웃음) 알겠다고 했어요.

그게 일 그만두기 한두 달 정도 전이었는데, 이것 저것 말씀주시는 부분들이 파트타임 이상이라 생각되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여쭈었더니 알토스벤처스가 한국에 오피스를 내려고 하는데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사람 마음이 파트타임에서 풀타임으로 바뀌는 건 어렵지 않더라고요. (웃음) 한 달 쉬고 알토스벤처스에 조인해서 알토스벤처스에 온 건 이제 1년 3개월 정도 된 것 같아요.

벤처캐피탈, 그리고 한국에 투자한다는 것

알토스벤처스는 1996년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벤처캐피탈(VC)이고요. 한킴 대표님을 포함해서 세 분의 파트너가 시작하셨어요. 그러다가 2006년 판도라TV에 투자하고, 2008년에 한킴 대표님의 스탠포드 MBA 동기 중 한 분이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시면서, 그게 네이블인데요. 그 때 투자한 게 계기가 되어서 1년에 1건, 2년에 1건, 호텔을 왔다갔다 하시면서 투자를 진행하셨고요. 그러다가 2014년 초에 서울 오피스를 만들고 이제 아예 펀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한국에서 투자한 회사들은 IT를 기반으로 한 회사가 거의 100%라고 보셔도 될 것 같아요. ‘쿠팡’, ‘배달의 민족’이 있고, ‘테라’ 등의 온라인,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하는 ‘블루홀스튜디오’, 무선네트워크 통신망 하는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라는 회사, ‘판도라’ ‘이음‘ 같은 회사들을 한국에만 투자하는 펀드가 없을 때 투자했어요. 그래서 2006년부터 투자가 시작되었고요. 한국 펀드가 생긴 다음부터는 신생 회사들에 많이 투자했어요. ‘직방’이라든가 음악 서비스 ‘비트’, 그리고 기업 리뷰 제공하는 ‘잡플래닛’이라는 서비스, ‘봉봉’, 모바일 통해서 영상 메신저, 영상 채팅 서비스하는 ‘하이퍼커넥트’라는 회사가 있고, 인도에 있는 ‘퍼니즘’이라는 회사가 있어요. P2P 랜딩 대출 쪽에도 투자하고 있고요. 택시 예약 서비스 ‘리모택시’, 계좌이체 서비스 ‘토스’, ‘미미박스’도 투자했고요. 한 23개 정도 되는 한국 회사에 투자했어요. 전체 분야로 보면 커머스, O2O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금융, B2B, 학습, 실용, 게임, 이런 분야에서 IT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회사들에 많이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상위 20개 도시의 인구수를 비교하면
한국이 사실 조금 더 많아요.
인구 밀도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는 거죠.

한국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저희 파트너분들에게 LP(출자자)분들이 왜 한국에 투자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었어요. 이 자료보고 되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보통 컨슈머 비즈니스에서는 상위 20개 도시가 대부분의 타깃이거든요. 그 이하는 사실 신경 쓰지 않아요. 한국과 미국의 상위 20개 도시의 인구수를 비교하면 놀랍게 한국이 조금 더 많아요. 한국과 미국의 인구 밀도가 엄청나게 차이가 크다는 거죠. 그래서 한국은 약간의 자극으로도 입소문이 나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퍼져나갈 확률이 미국보다 훨씬 많고, 그렇다면 컨슈머 비즈니스, B2C 영역은 한국에 기회가 많다고 봤어요.

두 번째로 저희는 일종의 제2, 제3의 물결이라고 생각했는데. 1970년대에 지금 많이 언급되는 재벌 기업들이 많이 나타나면서 그들이 변화를 이끌어냈어요. 그러고 나서 90년대 네이버, 다음과 같은 지금의 큰 IT 기업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저희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2010년부터 또 새로운 물결이 오고 있다고 파악했어요. 이번 물결이 앞의 물결들과 다른 것은 90년도, 00년대 초반에 창업했던 많은 분들이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면서 이른바 연쇄창업가가 되었다는 거죠. 그래서 예전보다 조금 더 단련된 분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고,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한국에도 기회가 많아졌다고 생각해서 들어오고, 대기업에 다니던 분들도 국내에서 스타 기업들이 많이 등장함에 따라서 시작하면서 예전보다는 다양하고 퀄리티가 높은 서비스를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는 이게 되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고요. 이런 것들 것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충분히, 유니콘이라고 말하는, 1조 이상의 가치를 낼 수 있는 큰 회사들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게 저희의 생각입니다.

창업가와 투자자의 차이

많은 분들이 저에게 스타트업을 하는 것과 VC를 하는 것과 뭐가 다르고 뭐가 더 재미있냐, 그리고 언제 다시 창업할 거냐, 이런 질문들 많이 하세요. 저는 써야 하는 근육이 다르다고 하는데, 창업할 때는 우리 회사를 계속 생각해야 하고 A가 풀리지 않으면 싫든 좋든 그 A를 계속해서 생각해야 해요. 들이 파서 그걸 해결하는 게 중요한데, VC는 사실 잘 안 되는 회사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 회사만 계속 생각하면 안 되죠. VC로서 내가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니고, 오히려 그러면 아주 냉정하게 말해서 더 잘되려고 하는 곳을 더 서포트하는 게 맞죠. 그래서 어떻게 보면 박쥐 같은 인생인데. 한 회사를 생각하다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고, 또 다른 회사로 넘어가고. 이런 부분이 예전에 썼던 근육들과는 많이 달라요.

한 회사를 생각하다가 다른 회사로 넘어가고,
또 다른 회사로 넘어가고.
이런 부분이 예전에 썼던 근육들과는 많이 달라요.

회사를 할 때는 어쨌든 회사가 잘 되면 돼요. 내가 많은 네트워크를 쌓거나 많은 사람들과 제휴하거나, 이런 것보다는 이 회사가 잘되고 있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런데 VC는 제가 그냥 회사를 찾아나가는 것보다는 좋은 회사를 많이 소개받고 많은 회사들을 만나는 경우가 훨씬 많더라고요. 그러려면 많은 분들이 좋은 회사를 소개해주셔야 하는데, 안 해주시면 끝나잖아요. (웃음) VC에게는 좋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게 중요한 역할이라고 많이 생각하게 돼요.

회사할 때처럼 정말 재미있는데요. 그 이유는 저희가 투자를 결정하고 상대하고 있는 분들을 저희가 좋은 회사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분들이잖아요? 제가 주로 같이 일하는 분들은 저희가 투자한 창업가 분들이고. 그래서 이음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좋은 분들과 많이 일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에요.

VC로서 바라보는 미래

저는 VC 쪽도 분화되고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에는 아직도 전체 벤처캐피털리스트 중 절대 다수가 금융, 회계 분야 출신이거든요? 미국은 40%가 금융인, 40%가 창업을 했던 사람들, 20%가 나머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도 점점 창업했던 경험을 통해서 창업가들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VC 쪽에 여성들이 정말 적어요. 예전에는 VC가 투자했던 영역이 제조업 쪽이 많아서 아저씨들 상대하면서 힘들게 영업하다 보니까 여자는 이 일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요새는 IT, 바이오 같은 분야가 급성장하고 주목받으면서 이런 분야는 여성들이 훨씬 더 잘할 수 있고 전혀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어요. 저는 변화하는 파도 가운데 있는 게 되게 재미있고, VC 쪽이 어떻게 바뀔까 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VC로 일한 지 1년 넘어서 그런가? 언제 다시 창업할 거냐는 말을 되게 많이 들어요. 며칠 전에 꿈을 꿨어요. 제가 VC를 하다가 창업을 했어요. 창업할 때 다 잘될 것 같은 생생한 꿈이었는데, 창업을 하는 순간 갑자기 불현듯 이 비즈니스가 말도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업은 당연히 안 되고, 내가 틀렸다는 걸 직원들한테 어떻게 말하지? 모델을 바꿔야 하나? 모델이 생각도 안 나는데 뭘 하지? 이런 생생한 꿈을 꾸면서 현실은 녹록치 않으니까 지금 일이나 열심히 하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웃음)

사람이 힘들 때 그 사람을 붙잡아주는 건 비전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50대, 100대 기업 안에 자수성가한 회사들이 몇 개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그게 맞는 말인 것 같고 그게 되게 비합리적인 것 같다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VC로서 저는 좋은 회사들이 지금보다 더 크게 성장하고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많이 투자해서 한 10년 뒤에는 50대 기업 안에 들 수 있는 기업을 많이 만들고 그들과 함께했던 회사로 알토스벤처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4~5조 정도면 100대 안에 들 수 있더라고요. 어려운 거 아니니까요. (웃음)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