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간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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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떠나면서 가방에 담아 간 책 중에 『타임 푸어』가 있었다. 결국 그대로 가지고 돌아와 휴가 마지막 날에야 읽었지만, 일상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새벽 4시에 기사를 쓰고, 거의 모든 미팅에 늦을 정도로 바쁘다. (여기서 벌써 격한 공감을 느꼈다면 일단 악수부터 청하고 글을 이어가고 싶다.) 그런데도 ‘당신에게도 30시간의 여가가 있다’고 주장하는 시간 학자의 말에 의구심을 느낀 그녀는 파리에 모인 시간/여가 학자들의 학회에 참석하며 직접 조사를 시작한다. 역사, 여성학, 경영학, 긍정심리학, 사회학과 인류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가로지르며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당신은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가 아니다. ‘시대와 계급에 따라 여가는 어떻게 달랐으며 누구에게 주어졌는가’. ‘왜 항상 여성들에겐 여가가 없었는가’, ‘지금 우리가 타임 푸어(Time Poor)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삶의 방식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다양한 질문을 거시적 시각에서 다루지만 저널리스트가 쓴 책답게 적당한 깊이를 유지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엮어낸다.

‘이상적 노동자’와 ‘이상적 엄마’의 굴레 사이에 끼어 시간이 조각나는 일상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준 저자는 단추가 잘못 끼워진 보육정책, 지난 세대의 여성 운동이 간과한 것, 기업 문화에 이르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허덕이면서 모든 것을 떠안고 죄책감과 두려움에 쫓기는 대신 일, 사랑, 놀이의 조화를 이루는 행복한 삶과 일상을 되찾자는 제안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우선 ‘그렇다고들 하는 것’에서 자유로워지자고, 대신 나에게 중요한 것에 집중하자고 말이다. 거창하게 시작한 이야기의 답이 너무 뻔한가? 어쩌면. 하지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입체적으로 쌓아 올린 경험과 근거들은 뻔하지 않다.

책의 내용 중에서 가장 따스하고도 구체적으로 다가온 글은 ‘대안적인 집단’에 대한 것이다. 기술이 가져다준 가장 고마운 선물은, 전에는 각각 외로이 떨어져 있던 사람들을 서로의 가까이에 데려다준 것이다.

“‘심플리시티 맘스’에서는 엄마들이 항상 아이들에게 일부러 만들어주려고 하는 ‘특별한’ 시간보다 평범한 시간들의 아름다움이 훨씬 귀중하다고 이야기한다. 충동적으로 춤을 추는 순간. 가족끼리 저녁을 먹고 그릇을 치우다가 농담을 주고받는 시간.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지 않고, 다른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을 때 펼쳐지는 소박한 행복의 순간들.

소아과 의사이면서 부모 상담가인 캐시 매저리는 ‘심플리시티 맘스’ 회원들의 모임에 종종 참석해서 그들의 불완전한 실험을 계속하라고 격려해준다. 이상적인 엄마’에게 도전하는 것은 혼자 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 군중 속에서 광기에 휩쓸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직접 대안적인 집단을 만드는 것이다.

– 3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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