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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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요리의 비결에 대한 과학적 이해 없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독창적인 요리란 없다! 직업 요리사든 가정 주부든 자신의 요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려면 반드시 『음식과 요리』를 읽어야 한다.”

– 찰리 트로터, ‘레스토랑 찰리 트로터’ 오너셰프

요섹남, 그러니까 요리하는 섹시한 남자가 대세다. TV에는 연일 전문가, 비전문가를 막론하고 요리하는 남자들이 떼로 등장하여 각자 요리 실력을 뽐내고 시청자들은 여기에 열광한다. 그런데 대체 요리하는 남자는 왜 섹시한 것일까? 나의 견해는 이렇다. 요리하는 남자가 섹시한 이유는 요리라는 행위 자체가 의외로 매우 ‘남성적’이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칼을 비롯한 쇠붙이가 난무하고, 불은 이글거리며 물은 펄펄 끓는다.

내가 섹시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요리를 좋아하고 자주 하며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맛있는 음식을 요령껏 만들어 소중한 사람에게 먹이는 것은 남녀를 불문하고 인생 최고의 보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식재료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데, 이게 만만치가 않다. 요리에는 치밀한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식재료가 있고 최적화된 조리법은 제각기 다르다. 시중에는 다양한 요리책이 있지만 대부분 몇 가지 레시피를 나열하는 식이지 식재료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도와주는 책은 찾기가 어렵다. 그러던 중 2년 전 여름, 동네 서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음식과 요리』라는 책은 내가 봉착한 문제에 대한 최고의 참고서였다.

『음식과 요리』는 칼텍과 예일대학교에서 문학, 천문학, 물리학을 전공한 후 요리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데 평생을 바쳐온 해롤드 맥기라는 특이한 과학자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은 1,363페이지에 걸쳐 유제품, 알, 고기, 갑각류, 채소, 과일, 향료, 과자, 주류를 아우르며 거의 모든 식재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과학적이라 함은 다양한 재료의 화학성분, 물리적 특성과 조리방법 별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맛과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조리법을 제시한다는 뜻이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치우는 종류의 책이 아니다. 오히려 평생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는, 사전이나 경전과 비슷한 책이다. 달걀 삶기에 대한 다음 글을 읽어보자. 아래 문장만 읽어도 이 책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얼마나 근사한 책인지 알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삶기’는 달걀을 익히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부글부글 끓는 물이 사방에서 달걀을 때려 껍데기에 균열을 만드는데, 이렇게 되면 알부멘이 새어 나오거나 과잉 익힘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단단하게 익힌 달걀에서 물 온도가 단백질 응고 온도보다 크게 높으면 노른자가 익는 동안 흰자의 바깥층이 고무처럼 된다. 따라서 달걀은 반드시 기포가 겨우 올라올락말락한 끓기 직전의 80~85도 물에서 익혀야 한다.”

– 148p.

프랑스에서는 지휘자를 셰프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음악을 카피만 하는 사람을 뮤지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요리도 마찬가지이다. 백종원도 좋고 최현석도 좋지만, 누군가 만들어 놓은 레시피를 따라만 해서는 진정한 요리라고 보기 어렵다. 나만의 요리를 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료를 잘 알아야 한다. 『음식과 요리』만 있으면 일단 반은 달성한 것이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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