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일

6-3

이번 글은 What We’re ‘Re-reading’쯤 되겠다. 작년 11월, 발간되자마자 주문해서 읽고 ‘2014년 최고의 에세이’라고 적어 두었던 책이고, 연말을 보내며 ‘새해엔 성실하게 시간을 쌓아 가겠다’고 다짐할 때도 떠올렸던 책이다. 어느새 그 새해가 반환점을 크게 한 바퀴 돌아섰다. 쌀쌀한 늦가을에 처음 읽었던 책을 꺼내 폭염 아래서 다시 읽는다.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누군가 고민할 때, 나는 무조건 해보라고 권하는 편이다. 외부의 사건이 이끄는 삶보다는 자신의 내면이 이끄는 삶이 훨씬 더 행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심리적 변화의 곡선을 지나온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성장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면, 상처도 없겠지만 성장도 없다. 하지만 뭔가 하게 되면 나는 어떤 식으로든 성장한다. 심지어 시도했으나 무엇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때조차도 성장한다. 그러니 일단 써보자. 다리가 불탈 때까지는 써보자. 그리고 나서 계속 쓸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자. 마찬가지로 어떤 일이 하고 싶다면, 일단 해보자. 해보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달라져 있을 테니까. 결과가 아니라 그 변화에 집중하는 것. 여기에 핵심이 있다.”

– 98p. <다리가 불탔으니 이로써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

은근한 유머 속에 진지한 메시지를 전하는 김연수의 글솜씨는 여전해서, 책을 잡고 앉은 자리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한 챕터씩 아껴 가며 천천히 꼭꼭 씹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소설가의 일』은 제목처럼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한 조언을 담은 책이지만, 그 조언은 소설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만드는 것, 나아가 삶을 살아가는 것에도 적용된다. 특히 마음에 남는 것은 소설가가 되기보다는 ‘소설 쓰는 사람’이 되는 편이 낫다는 것. 생각만 하기보다는 일단 생각을 문장으로 풀어봐야 (토 나올 것 같이 유치한 문장이더라도) 소설이 비로소 쓰이기 시작한다는 것. 그렇게 김연수는 소설 쓰는 사람이 되었고, 우리는 작고 어설프더라도 행동을 시작하고, 성실하게 고치고, 시간과 문장을 쌓아 가야 한다. 마음에 품은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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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의 덧글

7월 21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소설이 창작되는 과정을 테마로 한 《쓰고, 다시 쓰고, 고쳐 쓰다》 전시를 시작했습니다. ‘소설 속 한글’을 주제로 한 이 전시에서는 소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작가들의 ‘생생한 경험’과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한국어 조사에 대한 소설가 김훈의 생각과 소설가 김애란과 김중혁이 워드프로세서에서 문장을 쉼없이 쓰고 지우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전시는 9월 6일까지 진행된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께서는 한번 방문해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퍼블리 송한별 에디터의 전시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