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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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광주에 산다. 1980년 광주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광주를 한국 민주화 운동의 시작점이라고 말한다. 사실 내 고향이 광주인 것은 아니다. 나는 일자리를 찾아 3년 전 광주에 정착한, 어떻게 보면 아직은 이방인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이방인인 내게 그것도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상당히 생소한 사건이기도 했다.

내 또래에서 광주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가지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연령대가 조금 높아지면 사정은 달라진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몇몇 사람들은 광주 사람들은 욱하는 성격이 심하다 말하고, 그래서 광주를 가는 것이 두렵다고도 한다. 이것은 실제로 내가 직간접적으로 들었던 말이다. 광주에 살기 전에는 쉽게 알아채지 못 했던 반응들이고. 그럼 광주는 우연히도 선천적으로 ‘욱’하는 성격의 사람들이 많이 태어날 기운을 가진 곳인가? 그것이 아니면 특별히 태생부터 정의로웠던 사람이 많아서 1980년 5월의 광주에서는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던 나에게 마침 친구가 선물로 보내준 책이 「소년이 온다」이다. 이 책은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책인데, 광주 민주화 운동을 사회적 혹은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보다 당시 광주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작가가 풀어낸 80년 광주 사람들의 마음은 ‘보통 사람’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자식이 도청에 남을 것을 걱정해 찾아온 엄마는 자식으로부터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약속을 받고는 환하게 웃으며 “다 같이 저녁밥을 묵자.”고 말한다. 계엄군에게 잡혀서 유치장에 들어온 사람들은 쥐꼬리만 한 밥만 던져주는 통에 함께 목숨 걸고 싸웠던 동료들과 밥 조금 더 먹겠다고 싸우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죽기를 각오하고 싸움에 참여했지만 처참하게 살해된 사람의 시신을 보고는 누구보다도 오래 살고 싶은 마음에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모두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나와 다르지 않은 감정을 가진 보통 사람이었다.

사람은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가지고 싸우는 존재이다. 이기심과 이타심. 사람의 이기심과 이타심 중 무엇이 우세해지고, 그것은 또 왜 그런지에 대해 우리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80년 광주 사람들은 어떤 알지 못할 힘에 이끌려 강력한 이타심을 함께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 같은 보통 사람에게도 힘을 준다. 나도 그들처럼 중요한 순간에 이타적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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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사람은 몰랐을, 선물한 사람의 후기
퍼블리 CEO 박소령

위 글의 저자(최현도)에게 이 책을 선물로 보내준 친구는 바로 저(박소령)입니다. 이 책은 작년 5월에 출간되었고, 세월호 사건 직후였습니다. 당시 저는 미국에 있어서 이 책을 읽어보지는 못한 채로 소설가 한강이 3대 책 팟캐스트에 모두 출연하여 ‘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이 책을 읽기까지는 시간이 한참 걸렸습니다.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 했던 5.18 광주항쟁에 대해 소설을 통해 배우는 과정이기도 했고, 2012년에 읽었던 윤상원 시민군 대변인에 대한 글이 다시 떠올랐으며, 현재진행형인 세월호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마침 광주에서 일을 시작한 저자와 올해 5월 국립 5.18 민주묘지를 걸으며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선물을 하게 되었는데요. 저자가 쓴 글을 보니 제가 「소년이 온다」를 읽고 나서 옮겨두었던 글귀와 정확히 같은 지점을 느낀 것 같아서 반갑고 또 뭉클합니다.

“군중의 도덕성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군중을 이루는 개개인의 도덕적 수준과 별개로 특정한 윤리적 파동이 현장에서 발생된다는 것이다. 어떤 군중은 상점의 약탈과 살인 강간을 서슴지 않으며, 어떤 군중은 개인이었다면 다다르기 어려웠을 이타성과 용기를 획득한다. 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숭고했다기보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닌 숭고함이 군중의 힘을 빌려 발현된 것이며, 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야만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야만이 군중의 힘을 빌려 극대화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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