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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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이 주제의 이야기라면, 언제라도 듣고 싶다. 그런데 공부에 관하여 정직하게 말하는 사람이나 기사를 찾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 공부를 하는 이유는 함구한 채 일정 기간 동안 특정 과목의 시험 성적을 올리는 법을 다룬 이야기 거나, 모처럼 공부를 하는 목적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싶어 들여다보면 뜬구름 혹은 그 목적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공부하는 삶은 보상을, 그것도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 공부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독자에 따라 선뜻 동의하기 어렵거나 불편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불편함의 이유는 아마도 1920년이라는 출간 시기, 저자의 종교관과 세계관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떠한 동기로든 평생 공부에 천착하여 일정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 그의 관점과 안목으로 공부에 관하여 터치하는 손길을 느껴보는 것은 예상치 못한 앎의 확장의 계기가 된다.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 모두 상대화되어버린 시대에서 공부는 무엇이고, 공부가 삶에 주는 유익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설명하는 것은 실익이 없을 수 있다. 어쩌면 학원과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러한 질문은 진도를 빼는데 방해만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앞서 모두의 기억 속에 한두 명은 있을 친구를 떠올려보라. 같은 반에 있던, 공부는 잘하는데 친구들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 됨됨이는 좀 아니다 싶었던 그 아이.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아이가 어찌보면 좀 뒤처지거나 반대로 의외다 싶을 만큼 승승장구하는 모습도 마주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올라오는 묘한 감정과 의문. ‘저 아이는 왜 공부를 했었던 거지. 그 옛날의 공부와 지금의 저 삶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이 책은 나의 이 해묵은 질문에 즉답하지는 않지만, 이 질문을 오래 품고 있을 이유가 없음을 알려 준다. 그리고 옛 교실 속 ‘그 공부’에서 벗어나, 평생 친구이자 욕구, 갈망, 소명이 되는 ‘이 공부’를 다시 바라보게 해 준다. 저자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조언을 인용하여 아래와 같이 교통정리를 한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은 일절 궁금해하지 마라’
‘세상 사람들의 언행에 분주히 참견하지 마라’
‘학문 규칙을 결코 넘어서지 못하는 사람, 충만한 빛을 받으며 공부하는 대신 공부의 노예가 된 사람을 피하라. 편협한 규정으로 스스로를 옭아매는 것, 경직된 형식으로 자기 정신을 마비시키는 것은 지적 소명과 상반되는 열등함의 표식이다.’ p.201

“백과사전적 지식을 얻을 것을 재촉하지 않고 ‘영원한 토대를 결여한 현대성’, ‘오만한 자기의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준을 지향”하라는 이 우직한 학자의 기대수준은 높기도 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공부에 대한 사기가 꺾이지나 않을지 염려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당신의 공부를 이해하고 동참하는 사람, 당신에게 자극받아 조용한 애정과 관심으로 당신의 노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당신의 공부를 도울 것’이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잠자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고민하지 말고 빨리 메모를 한 후 잠을 청하라는 식의 꿀팁도 있다. 더불어 공부하는 일의 보상은 공부 그 자체이고, 참된 것을 알아가는 참 공부는 결국 선함으로 나아간다는 그의 정리를 한 번 더 강조한다.

“진주를 파는 보석상이 정작 자신은 진주를 하나도 걸치지 않는다면 신뢰를 얻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만물의 위대한 원천과 긴밀히 맞닿아 있으면서도 그 원천의 도덕적 본질을 조금도 획득하지 않는다는 것은 역설로 보인다. (…) 참된 것과 선한 것은 같은 토양에서 자란다.” p.44-45

끝으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되어야 하는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되어야 하는지 늘 고민인 이들에게 저자의 날카롭지만 따듯한 조언을 전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고 동시에 무척 위로받았다. 이 세계에 살아남아 무언가를 계속 공부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무언가 유용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사실 달리 여한이 없을 것 같다.

“모두의 삶에는 그만의 고유한 공부가 있다. 그는 용감하게 그 공부에 전념해야 하고, 섭리에 따라 다른 이들에게 지정된 공부는 그들에게 맡겨야 한다. 당신의 목표가 세련된 사람, 우월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면 전문화와는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러나 고유한 기능을 가진 사람, 무언가 유용한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면 새롭게 전문화해야 한다. 달리 말해 우리가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하는 까닭은 어떤 한 가지를 해내기 위해서다.”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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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comments

  1. 한국 책들은 참 책커버도 이뻐요. 읽고싶게 만들죠.
    같은 책을 영어로 사면 이렇습니다 http://goo.gl/tLLZNf
    읽고 싶던 책도 의욕을 상실하게 만들죠.. ^^;;

    사실 끝까지 다 읽기 힘든 책이어서 중간에 그만뒀는데, 다시 집어볼까 하네요.

  2. 앗, 간혹 한국 책 표지보다 외국 책 표지가 더 나은 경우도 있던데
    이건 여러모로 한국 표지가 훨씬 예쁜 것 같네요.
    + 이 리뷰를 계기로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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