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을 찾아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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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속초 동아서점에 다녀왔다. 이 서점은 책의 풍성함과 서점 주인의 취향이 엿보이는 엄선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있어서, 어느 대형 서점보다도 책 고르기 편하고, 시간을 보내기 즐거운 곳이었다. 매대뿐만 아니라 서가에 꽂힌 책들도 공들여 고른 태가 나는데, 특히 ‘교육학’ 서가의 책들은 어찌나 탐나는 것이 많던지. 한참을 고민하다 몇 권을 골라 들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 덕에 앞으로 몇 번은 ‘동아서점에서 발견한 책’ 시리즈를 소개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중 첫 책, 「재능과 창의성이라는 유령을 찾아서」는 비교적 얇고, 쉽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은 책이다. 재능과 창의성은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의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지만 정작 단어의 정체는 모호하다. 너무 자주 등장하니 진부하지만 정작 정확한 의미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단어. 그래서, 책 표지에서 만나는 박웅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의 추천사, “창의성이라는 유령이 이번에 강창래라는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다.”는 적확한 안내문이었다. 이 책은 문답의 형식을 빌어 창의성, 재능, 예술, 삶이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를 한 겹 한 겹 벗겨 나간다.

‘재능이란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는 그 무엇에 관련된 것이며, 자신이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알려면 다양한 일을 경험해 보아야 한다’까지는 그동안 들었던 재능에 대한 설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여기부터다. 재능은 발견되는 게 아니라 발명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우선 체제 교육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사회가 바라는 교환가치가 존재한다는 것.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진정한 재능을 발견할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몇 안되는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발명해야 할 정도예요. (…) 맨 먼저 부모가 막아섭니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경험으로 얻은 지식과, 사회적으로 권장되는 방식으로 아이들의 성장환경을 만듭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부모들의 경험과 사회적인 권장사항 안에 아이들이 갇히는 것이지요. 그다음에는 체제 교육이 그렇게 합니다. 사실 체제 교육은 애초부터 한 개인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는 그리 큰 관심이 없어요. (…) 체제 교육의 목적은 시스템이 잘 굴러가는 데 필요한 사람을 만드는 것입니다. (…) 이런 환경은 체제 유지를 위해 바람직한 행동의 표본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그러도록 부추깁니다. 그럼으로써 절대가치보다는 교환가치가 높은 일을 하는 데 더 관심을 가지게 만듭니다. 그런 환경에 잘 적응하려면 자신의 재능을 발명해서라도 맞출 수밖에 없는 거지요.” p.41

한 번 흐름을 타고나면, 이어지는 문답과 정리는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지만, ‘창의성’을 개인의 신비로운 능력이나 특정 유전자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상호 작용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일관적이다.

“어린 시절의 취향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겁니다. 자기가 속한 집단의 보수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해지는 거지요. 그러니까 젊은 시절의 사고방식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주입된, 보수적인 것이에요.” p.118

개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개인적인 (듯한) 질문에서도, ‘사회’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지능이나 재능이 발휘될 수 있을 만큼 좋은 환경이 아니면 어린 시절에는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요. 그러나 어른이 되면 자기의 길을 가게 되어 있어요. 현대 한국과 같은 사회라면 지적인 호기심이나 재능을 개발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요. 지독하게 가난하지만 않다면 가능하죠. 학습의 내용과 방법이 거의 완전히 공개되어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기질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획일적이고 경직된 사회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할 테니까요. (…) 문제는 결과가 어떻든 그런 모험을 감수할 만큼 절실한 마음이 있느냐는 겁니다. 어쩌면 그런 모험심이 창의적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인지도 모르지요. 창의성이란 전통과 보수에 대한 저항 정신이니까요.” p.131-133

창의성을 찾아가는 여정은 차근차근 이어진다. 뛰어난 작품이란 어떻게 태어나는 것인가, 나만의 창의성은 언제 시작되는가, 그리고 드디어 등장하는,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물론 공식이나 비법과는 거리가 멀다.) 명확한 관점을 담은 문답을 모두 읽고 나면 가장 명쾌한 창의성의 정의를 만났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러니 나는 책 소개를 이쯤에서 마쳐야겠다. 남은 문답은 직접 읽어보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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