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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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를 처음 접한 도서는 날선 문체만큼 과격한 제목의 에세이집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였다. 진정한 자유를 구속하는 가정, 직장, 사회, 국가는 물론이고 자유를 스스로 반납하는 현대인의 나약함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와 『나는 길들지 않는다』는 주요 내용과 문체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나는 길들지 않는다』를 통해 마루야마 겐지가 생각하는 진정한 젊음을 상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마루야마 겐지가 생각하는 진정한 젊음이란 다름 아닌 ‘자립한 젊음’이다. 탯줄을 끊어내자마자 스스로 사냥하고 추위를 피해야 하는 야생동물처럼 “타자에게 의지하지 않는 결연한 삶”을 사는 자라야 진정으로 자립한 인간이라는 것이다. 마루야마 겐지는 “자립한 삶이 아니면, 그것은 허튼 삶이며 죽은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잿빛 인생”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오늘날 사람들의 젊음을 말살하는 적으로 마루야마 겐지는 부모, 직장, 국가, 언론 등을 꼽는다. 특히 1장부터 시작되는 남편과 자식에게 본인의 인생을 보상 받으려는 ‘아내/어머니’를 향한 작가의 비난은 서슬 퍼렇다.

당신의 젊음을 말살한 그 최초의 적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유아기와 유년기에 부모가 당신에게 쏟은 사랑이다. 특히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이다. 어머니와 야생동물 어미의 사랑은 다르다. 후자는 새끼를 자립시키기 위한 순수한 사랑인데 반해 전자는 자식을 자신의 생애와 공생하는 상대로 간주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구조와 살인만큼이나 큰 차이다.

p. 25

물론 작가의 이러한 주장은 여성의 자아실현이 활발한 2015년에는 시대착오적인 데다 복합적인 사회문화적 요인을 살피지 않았다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을 계기로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오롯한 자립을 뒤로 미루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것은 유의미하다. 원하는 길에 도사리고 있을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비겁함을 “부모님이 원하시니까.” 라는 핑계로 포장한 적이 없었던가.

불호령의 두 번째 타깃은 직장이다. 마루야마 겐지가 볼 때 피고용인의 신분을 선택한다는 것은 스스로 자아와 인생을 포기하는 짓에 다름없다. 직장에서 경험을 쌓은 뒤 자신의 업을 시작할 수 있다지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며, 자유만큼 가치 있다고 생각해서 선택한 고용안정성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된지 오래라는 것이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기만족적인 태도, 예컨대 “칼퇴 후 캔맥주 한잔. 지금 이대로도 난 좋아.”라는 태도는 현실에 안주한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는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당신은 자신에게 숨겨져 있는 저력의 한 톨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단 한 번의 인생을 끝내려 하고 있다. 당신은 뭐라고 둘러댄들, 그것이 당신의 지금 실제 모습이다. 당신이 당신 자신이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요컨대 당신은 당신의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당신의 손에 남아 있는 미적지근한 충족감은 어디까지나 주위에 있는 비슷한 부류와 비교해서 얻은 하찮은 답에 지나지 않는다.”

p. 82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럴싸한 것을 하고서 그것을 했다고 생각지 말라고. 표면적인 자립이 아니라 진정한 자립을 지향하라고. 타인에게 보이거나 폼을 잡기 위한 겉모양뿐인 자립이라면 처음부터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p. 195

이 책에서는 가정, 직장, 국가, 언론 등 문화 및 제도뿐만 아니라 담배와 술처럼 의존을 불러 일으키는 모든 것을 ‘자립한 젊음’의 적으로 규정한다. 6장의 제목처럼 ‘누구의 지배도 받지 말고’ 그 무엇에 의존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답게 살아내려 고군분투하는 자야말로 진정한 젊음을 지녔다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작가의 표현을 빌자면) “매사에 본질과 핵심을 파헤치고 ‘자신’이라는 것을 최대한 가지려 노력”해야 한다.

눈앞에서 직접 불호령을 내리는 듯 시종일관 단호한 문체로 일관하는 작가는, 누구나 각성하고 노력하면 자립한 젊음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격려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사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약하지 않다. 그저 도망치는 습관이 붙어 있는 탓에 그렇게 믿고 있을 뿐이다.”

p. 123

주름이 깊게 패었을지라도 자립한 이라면 푸르디푸른 젊은이고, 아무리 싱그러운 미소를 가져도 무언가에 종속된 이라면 죽어버린 영혼이다. 이미 멀어져 버린 청춘을 그리워하는 누군가도, 매일 멀어져 가는 청춘을 애달파하는 나도, 손안에 든 청춘을 바라보고만 있는 우리 모두 마루야마 겐지의 조언을 얻어 오래도록 청춘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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