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려 본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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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쯤이었다. “슬픔에는 끝이 없고, 사랑에도 끝이 없습니다. 사랑합니다, 데이브(There is no end to grief… and there is no end to love. I love you, Dave.”라고 끝나는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의 남편에 대한 추도문을 읽었을 때, 나는 ‘슬픔(grief)’에 관한 책 한 권이 생각났다.

“슬픔이 마치 두려움과도 같은 느낌이라고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았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이 첫 문장이 독자를 제압시키며 이끌고 가는 방식 그대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남은 사람이 겪는 감정의 민낯을 책 마지막 문장까지 고스란히 보여준다.저자 C. S. 루이스는 죽음 이후의 아내가 현재의 자신보다 더 큰 고통 속에 있을까봐 걱정하기도 하고, 망자에 대한 애도가 아내를 더 기억나지 못하게 하는 방해요소인 것 같아 전전긍긍 하기까지 한다. 사별한 남성이 겪는 통상적인 감정이 과연 이런 것일까 싶다가도, 그의 여지없는 마음 따듯한 순애보 앞에 무릎이 맥없이 풀린다.

만일 지상에서 그녀를 결코 다시 보지 않음으로써 암을 고칠 수 있다 했다면, 다시는 그녀를 만나지 않으려 애썼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했을 것이다.– 98p

이미 암투병 중인 연인을 아내로 맞아 짧은 삶을 함께 한 저자의 슬픔은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내가 어떤 상태를 묘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슬픔의 지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슬픔은 ‘상태’가 아니라 ‘과정’이었다. 그것은 지도가 아닌 역사서를 필요로 하는 것이어서, 임의로 어느 지점에서 그 역사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영원히 멈출 이유를 찾지 못할 것 같다. – 87p

그러나 셰릴 샌드버그가 남편과의 영원한 이별을 통해 발견한 삶의 가치만큼이나 분명하게, 기독교의 변증의 대가 C. S. 루이스는 삶이라는 과정 속에 포함된 슬픔을 대면하는 가운데 얻어낸 보석 중 하나를 짐짓 독자들에게 내어 보여준다.

우리는 단지 암, 전쟁, 불행(혹은 행복)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다가오는 매시간 매순간을 만난다. 그 좋았다 나빴다 하는 모든 양태를 만나는 것이다. 최고로 좋은 순간에도 나쁜 순간들이 많고, 최악의 시절에도 좋은 순간들이 많다.– 29p

좋은 시절, 나쁜 세월, 순간순간 흘러가는 한 번 뿐인 이 삶.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이를 위하여 우는 이가 차라리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백년가약을 맺어 놓고도 서로를 지옥문 앞으로 먼저 보낼 것 인양 싸우는 이혼사건들을 너무 많이 보아서일까. 이 생각 때문에라도, 이 책은 여전히 내게, 슬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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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 샌드버그가 남긴 추도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