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We’re Reading #21 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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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째 레터의 인트로는 이번 호 테마인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저의 소회를 담은 평소보다 조금은 긴 글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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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이 읽는 사람보다 많은 시절’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안주삼아, 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과 그 글을 상품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모인 술자리가 있었습니다. 찬 바람이 불어서인지, 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권의 책이 떠올랐고요. 책의 마지막 문단은 이렇습니다.

우리의 눈에는 학자들의 탁월한 논문과 저널리스트들의 훌륭한 특종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세상을 바꾸는 것은 그 시대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대중에게 이야기해주는 저술가들의 책일 수 있다. 지구를 점령한 살충제 DDT가 위험하다는 사실은 수많은 학자들이 논문으로, 기자들이 가사로 지적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직접 DDT를 막아야겠다고 결심하고 행동하게 만든 도화선은 논문처럼 어렵지 않고 기사보다는 호흡이 깊었던 한 권의 책 『침묵의 봄』이었다. 이 책으로 세상을 바꾼 주인공은 학자도 언론인도 아니었지만 꾸준한 노력으로 저술가가 된 평범한 공무원 레이첼 카슨이었다. 세상은 그래서 저술가를 필요로 한다.

2008년 여름, 구본준

쓰는 사람보다 읽는 사람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을 발굴하고, 그 글을 그릇에 맞게 정성껏 담아내는 일’이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순진한 이상주의자처럼 비춰지겠지요. 그 덕분에 제가 요즘 가장 자주 듣는 말이 ‘나도 해 봤는데 안돼’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리막의 끝에 오르막이 없더라도 ‘다음 번 선수가 타석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제가 경험한 모든 실패’를 글로 남기겠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그 끝에 자조섞인 후회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운이 좋아 성공한다면, 그 성공 스토리는 모두가 글로 남기고 싶어 하겠지요.)

이번 레터의 인트로가 이토록 장황해져 한 편의 글로 여러분께 소개되는 것은, 제가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로 ‘글밥’을 먹으며 일할 것이냐 아니냐를 놓고 고민하던 때 이상하게 제 등을 떠밀었던 ‘故 구본준 기자’의 문장들이 유난히 떠오르는 날이라 그렇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제대로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했는데, 제게는 결국 기회를 주지 않으신 그 분께 드리는 감사 편지이자 구본준 기자의 1주기를 추모하는 글로 이 글을 대신하며, ‘내가 해 봤는데 안돼’라는 말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모든 ‘프로페셔널’분들께 저의 거친 글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21번째 What We’re Reading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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