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아티스트를 만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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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계절, 가을이다. 어쩌면 이 말은 틀렸는지도 모른다. 살랑거리는 바람, 따뜻한 오후의 햇살, 알록달록한 단풍으로 물든 산과 거리가 내뿜는 유혹 앞에서 책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출판계에서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한해 중 책 판매율이 가장 낮은 계절이 가을이라고 한다. 역시, 놀기 좋은 때인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그것도 잘, 놀 수 있을까?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타고난 예술가 같다. 그리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물고기는 하늘을 날고 무지개에서는 꽃이 피어난다. 돌이켜보니 나도 어린 시절엔 예술가였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예술가는 자의 반 타의 반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다 우연히 『아티스트 웨이』를 만났다. 그리고 이 책은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어린 아티스트를 다시 일깨워 주었다.

당신 안에 당신이 모르는 예술가가 있다.
당신이 알고 있다면, 태초부터 그것을 알고 있었다면 당장 그렇다고 말하라.

-잘랄 앗딘 루미 (이슬람 시인)

저자인 줄리아 카메론은 모든 사람의 내면에 창조성이 있다고 말한다. 창조성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했을 때 사람들은 질투, 분노, 후회, 슬픔, 무기력 등에 창조적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고 한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여태껏 내가 예술을 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재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돈과 시간이 없어서도 아니고, 의심과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감히 예술을 할 수 있을까? 해도 될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그녀는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이젠 너무 늦었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만한 돈을 모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꿈은 꿈일 뿐. 창조적으로 사는 것은 사치야. 분수를 알고 살아야 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새로운 무엇을 창조하는 것은 지적 능력이 아니라 내면의 필요에 따른 놀이 본능에 의해 이루어진다.

창조성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과 잘 어울린다.
– 카를 구스타프 융

예술은 새로운 무언가를 억지로 생각해내는 게 아니라 자신 내면에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행위로 창조성의 회복을 위해 저자는 두 가지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매일 자기 내면의 소리를 솔직하고 자유롭게 적어 보는 ‘모닝 페이지’와 자신만을 위해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아티스트 데이트’가 그것이다. 나는 출근 전 회사 근처 카페에 종종 들러 떠오르는 생각이나 내면의 감정들을 써내려 갔다. 또 시간을 내어 혼자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 방법들을 통해 얻은 것은 샘솟는 창조성이 아니라 의외로 용기였다. 인생을 재미있게 놀 용기. 나는 그 동안 품고 있던 이야기들을 모아 책을 써보기로 마음을 먹고 홀로 독립출판을 시도했다. 동네 서점과 아트 마켓을 다니며 많은 아티스트들도 만났다. 돌아보니 이 가을, 아직 아티스트가 되려면 멀었지만 (뭐라도 되겠지) 적어도 재미있게, 잘, 놀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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