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만큼은, 디지털로.

18_내셔널 지오그래픽

2010년 처음 아이패드가 출시 되었을 때, 나는 ‘크기만  커진 아이폰’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전혀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 친구의 아이패드를 만져본 후 ‘이건 무조건 사야 돼’로 마음이 바뀌었는데 그 계기는 바로 아이패드에 기본 내장되어 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전자책』이었다. 지금 와서는 그리 놀라울 것도 없지만, 그 당시에는 앨리스의 치마가 펄럭이고, 토끼의 귀가 접히고, 아이패드의 기울기에 따라 나뭇잎이 이리저리 흩날리는 것을 보며 ‘이것이 바로 책의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5년이 지났지만 내 예상보다는 책의 형태가 많이 바뀌진 않은 것 같다. 전자책 콘텐츠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종류가 제한적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운 것은 종이책을 ‘그대로’ 전자 디바이스에 옮겨 놓은 형태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요새 전자책이 뜬다며? 이 부장! 이번에 출판하는 ‘두근두근 러브 로맨스’는 전자책 버전도 한번 만들어봐!” 정도의 수준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이 와중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자 잡지는 그야말로 전자책계의 군계일학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미국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NGC)에서 1888년부터 매달 발행하는 학회지이자 교양지로, 탐험, 생물, 문화, 정치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유서 깊은 잡지이다. 아이튠즈에서 구매 가능한 전자 버전은 종이책 버전 대비 다양한 장점이 있다.

첫 번째로, 전자 버전으로만 볼 수 있는 단독 콘텐츠가 상당히 많다. 인스타그램에 독자들이 직접 찍어 올린 사진들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거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웹사이트 기사 또는 영상을 링크하고, 심지어는 사진 퍼즐 같은 미니 게임도 간혹 존재한다. 이러한 단독 콘텐츠는 대단할 것은 없지만 적은 리소스로 전자책의 차별성을 어필할 수 있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아 내가 전자 잡지를 읽고 있구나!” 하는.

두 번째로, 종이 버전과 같은 콘텐츠라도 종이책으로는 구현 불가능한 기능이 거의 모든 페이지에 담겨 있다. 대표적인 것이 텍스트 박스 없애기 기능이다. 내셔널 지오 그래픽에는 아름다운 사진이 많기로 유명한데 전자 버전에서는 사진에 대한 텍스트 설명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전체화면으로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 인포그래픽도 상당한 수준이다. 2015년 9월호 상아 밀수 루트를 추적하는 특집기사에서는 밀수 상아의 동선을 지도 상에 애니메이션으로 순서대로 표시하고 각 지역별 데이터를 차례대로 보여주는 인포그래픽이 있는데 가시성, 재미, 스타일을 모두 챙긴 얄미울 정도로 멋진 기사였다. 2월호 진드기 특집기사에서는 진드기의 사진을 실제 크기로 (작아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삽입한 후, 마음대로 줌인해 볼 수 있도록 해 몰입도를 배가하였다. 이러한 ‘기능’들은 애초에 전자 버전을 중심으로 책을 기획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것으로 본 전자 잡지의 가장 큰 매력이다.

마지막으로 가격이 파격적으로 저렴하다. 종이책 버전의 1년 정기 구독료가 16만원 정도인데 반해 전자 버전은 이의 반도 안 되는 7만원 정도다. 국내 대부분의 전자책 가격이 종이책 대비 70% 수준으로 형성되는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파격적인 가격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인쇄비와 물류비가 높은 정기 구독 중심의 컬러 잡지임을 감안하더라도 가격 차이가 극심한데, 이는 전자 버전을 주력 상품으로 여기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업 방향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 생각한다. 이러한 가격 정책에 힘입어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자 잡지는 아이패드 유저들 사이에서 ‘아이패드 구매 후 가장 먼저 사야 할 필수 콘텐츠’로 여겨지고 있다.

요새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올해 9살인 아들도 책은 거의 읽지 않고 시간이 날 때마다 늘 스마트폰, TV, 태블릿 PC를 보고 앉아있다. 그래서 책을 안 읽으면 무식해진다는 둥, 스마트폰을 많이 보면 눈이 나빠진다는 둥 궁색한 협박으로 책읽기를 강요하곤 했다. 그러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21세기에 태어났다면 과연 책을 많이 읽었을까?” 답은 ‘아니오’ 인 것 같다. 나만 해도 스마트폰을 사용한 이후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느라 독서량이 확연히 줄었으니까. 이후로 나는 아들에게 무작정 독서를 강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자 잡지는 아이들에게 마음 놓고 읽기를 강요할 수 있다. 이것도 읽기 싫어한다면 그건 분명 요즘 애들에게 문제가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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