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땡기는 책

17_인간 실격

퇴사하고 ‘책바(Chaeg bar)’라는 이름의 ‘바와 심야서점이 결합된 공간’을 운영한지 약 한 달이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분들이 방문해 주셨고, 직장 생활을 하며 만나기 힘든 다양한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삶을 배우고 있습니다.

바에 앉은 손님들은 각자 인생이라는 이야기 주머니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개 이 주머니를 낯선 사람에게는 풀지 않으나, 저는 업무 특성상 이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호사를 누리기도 합니다. 이들이 꺼내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약간의 우울과 고민이 결합되어 있는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때로는, 약간이라는 부사를 보다 강한 의미로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 저는 어떤 책과 술을 권하곤 합니다. 바로 『인간 실격』과 압생트입니다.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가 1948년에 쓴 소설로, 약 100페이지 밖에 안 되기 때문에 누구나 부담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 ‘요조’는 지방 유지로 태어나지만 나이가 듦에 따라 형용하기 힘든 기구한 삶을 사는 인물입니다. 결국엔 이십대 후반에 백발이 되죠. 그는 그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인간 실격’이라고 일컫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이 너무 힘들어도,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됩니다.

요조는 자신의 삶을 하나의 술로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마시다 만 한 잔의 압생트.
저는 그 영원히 보상받지 못할 것 같은 상실감을 혼자 그렇게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림 얘기가 나오자 제 눈 앞에 그 마시다 만 한 잔의 압생트가 아른거렸습니다.”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 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피카소, 오스카 와일드 등의 예술가와 작가들이 즐겨 마셨고 고흐가 마신 뒤 귀를 잘랐다고 하는 그 압생트입니다. 왠지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인간 실격을 읽으며 압생트 한 잔 드셔 보세요. 요조의 독백에 의하면, 그래도 다 지나간다고 합니다.


리디북스에서 읽어보기

알라딘 서점 바로가기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