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16_진격의 거인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안정적인 것을 추구한다. 불황과 취업난이 심해질수록 대기업과 공기업의 경쟁률은 높아지고, 집값과 결혼이 비싸질수록 부잣집 배우자를 선호한다. 이것들은 얻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얻은 이후 안주할 때 발생한다.

동화 속 늑대의 위협에 대한 아기 돼지 삼형제의 대응은 늑대가 부수지 못할 튼튼한 벽돌집을 짓는 것이었다. 동화에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고 끝낸 이야기의 다음은 어떨까? 만화 『진격의 거인』은 아기 돼지 삼형제의 평화 이후의 이야기다. 인간을 잡아먹는 거인으로부터 성을 쌓아서 스스로를 지킨 지 100년이 지났다. 그리고 100년의 평화는 위험을 무시하고 안주하게 만든다.

“놈들이 벽을 부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야 정신 바짝 차리고 지키지. 하지만 말야. 그런 일은 100년간 한 번도 없었어.”

– 1권 22p.

“나도 벽 안은 영원히 안전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되긴 마찬가지야. 벽이 100년간 붕괴되지 않았다고 해서, 오늘도 붕괴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는데 말이야.

– 1권 45p.

높은 연봉에 정년을 보장하는 회사에 가면 좋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는 금융 위기 한 방에 대기업과 부잣집쯤은 언제든지 망할 수 있는 곳이다. 『진격의 거인』의 위기 역시 그 동안 출현한 적 없던 초대형 거인이 벽을 부수면서 시작된다.

“그날 인류는 떠올렸다. 녀석들에게 지배당했던 공포를, 새장 속에 갇혀 있던 굴욕을.”

– 1권 1p.

『진격의 거인』은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현실을 마주하게 하고 그래야만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10년간 두 번 이어진 금융 위기의 교훈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안정을 추구해라’가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다’이다.

“내가 지금 이 잔혹한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한 순간 몸의 떨림이 멎었다. 그때부터 나는 스스로를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었다.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2권 62p.

위기 속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그리고 위기에 필요한 사람은 성(城)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면 그것을 얻은 다음에는 버려야 성장할 수 있다. 좋은 대학에 붙고 나서는 명문대임을 잊어야 졸업할 때 해외 명문대랑 경쟁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좋은 기업에서 붙잡는 사람은 높은 연봉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밥벌이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위기가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기회로 누군가에게는 위기로 다가온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얻은 이후에도 살아남는 법은 ‘그것 없이 나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를 할 수 있을 때 누군가는 ‘헬조선’이라 욕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잔혹하게도 혹은 아름답게도 다가올 것이다.

“이 세계는 잔혹하다. 그리고 무척 아름다워.”

– 2권 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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