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믿을 것인가?

15_스켑틱

과학은 분명 인류의 가장 큰 지적 성취다. 과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인류는 유사 이래 끊임 없이 지적 영역을 확장해왔다. 하늘을 날게 된 것도, 백신도,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것도, 인터넷도, 우리가 사는 건물도 따지고 보면 과학적 사고의 산물이다. 과학적 사고란 ‘가설 수립 → 실험을 통한 검증 → 가설 채택 / 보완’의 프로세스를 뜻한다. 그러나 과학적 사고가 오히려 상식적으로 터무니 없는 주장을 그럴듯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스스로 ‘과학적’이라 주장하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에 둘러싸여 있다. 내가 아는 지인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아 의사로부터 갑각류 등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삼가라고 권고 받았다. 새우 튀김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는데 그 후로 완전히 끊었다. 그러나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새우 튀김을 먹지 않는다. 송전탑 근처에 사는 사람들의 암 발병률이 높다는 소문은 어떨까? 몇몇 사람이나 단체는 구체적인 통계 수치를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한 과학 잡지의 연구 결과, 송전탑과 암 발병률 간에 유의미한 연관 관계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의사의 권고나 연구 논문도 믿을 수 없다고 하면,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할까? 이런 탄식을 내뱉는 우리를 위해 창간된 잡지가 바로 《스켑틱(Skeptic, 비판적》이다. 《스켑틱》은 의사과학, 미신, 비합리적 믿음에 대항하는 ‘과학적 회의주의’를 추구하는 비영리 단체인 ‘미국 스켑틱 협회’가 1992년 창간한 교양 과학 잡지다. 우리나라에는 2015년 처음 창간되어 현재 3호까지 발간되어 있다(연 4회 발매). ‘스켑틱 협회’라고 하면 뭔가 수상하고 구린 느낌일 들 수 있지만 리차드 도킨스, 마이클 셔머, 제러드 다이아몬드 등 세계적 석학이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는 매우 건전한 단체다.

《스켑틱》 3호에 게재된 「천재는 미친 괴짜인가?」라는 기사는 ‘내면의 고통이 영혼의 창조성을 살찌운다’는 속설을 반박한다. 필자는 천재성과 광기 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없으며, 천재성은 오히려 각고의 노력의 결과라고 밝혀낸다.

“베토벤, 지미 핸드릭스, 커트 코베인, 찰리 파커 등 위대한 음악가들이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것은 분명 사실이나 폴 뉴면, 로버트 레드포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 25p.

 

“창의성과 광기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다는 유명한 연구들 대부분이 모집단이 너무 작거나, 연구자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만을 선별하거나, 표준적 판정기준이 아닌 대상자 각각의 특이성에 의존해 판단했다는 결점을 가지고 있었다.”

– 26p.

 

“1,500명의 높은 IQ를 지닌 아동들을 조사한 연구결과 천재의 가슴속에는 변덕, 독선, 반항이 아닌 동기부여, 각고의 노력, 고집이 들어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끈질긴 노력은 황홀경의 급류나 절망의 늪에 빠져 익사하는 것만큼 짜릿하지는 않다. 한마디로 인기가 없는 주장인 것이다.”

– 30p.

기사 「물은 답을 알고있다」는 ‘사람의 감정이 물체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일본의 작가 겸 사업가인 에모토 마사루가 주장한 것처럼, 물에 긍정적인 말을 들려줬을 때 부정적인 말을 들려줬을 때보다 얼리면 더 아름다운 결정을 이루고, 긍정적인 말을 들려준 쌀이 더 오랫동안 썩지 않는지 검증한다.

“똑같이 생긴 22쌍의 용기에 쌀밥을 담고 2주 동안 날마다 각각의 쌀밥에게 다정한 말이나 불쾌한 말을 쏟아 부었다. 그 외의 조건은 모두 동일하게 컨트롤하였다. 2주 후 평가한 결과 ‘부정적’ 쌀이 더 많이 썩었다고 평가받은 것은 7쌍이었고 긍정적 쌀이 더 부패한 것은 15쌍이었다. 어쩌면 태국 쌀에 마조히즘 성향이 있었다고 봐야 할지 모르겠다. 아니면 쌀은 밥이 되면서 이미 생명을 잃었으니, 우리의 긍정적 메시지를 받아들여 왕성하게 증식한 것은 박테리아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쌀이 인간의 말과 감정에 영향을 받는 것 같지는 않다.”

– 54~55p.

《스켑틱》은 우리가 몰랐거나 또는 틀리게 알고 있던 통념을 바르게 알려준다. 심지어는 재미와 카타르시스도 있다. 그러나 《스켑틱》으로부터 얻어야 할 진정한 선물은 지식이 아니라 건전한 회의주의와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과학적 사고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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