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스북스, THANKSBOOKS IDENT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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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땡스북스 이기섭입니다. 북바이북에서 저에게 특강을 해달라고 요청하셨을 때, 제 이야기가 강연료를 받을 만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맥주 파티를 하시겠다고 하셨어요. 와서 맥주도 드시고 그러면 그래도 참가비 생각이 덜하실 테니까,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제 직업은 그래픽 디자이너입니다. 어디 갔을 때 직업란에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쓰지 서점 주인이라고 안 써요. 쭉 그래픽 디자인 일을 했고요. 오늘 강연의 내용은 동네 서점 창업기, 살아남기, 그런 내용이 될 거예요. 땡스북스가 내년 3월이면 이제 꽉 찬 5년입니다. 5년 동안 문 닫지 않고 나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나 겪었던 어려움들을 말씀드릴 거고요.

제가 그래픽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땡스북스는 조금 더 디자인에 특화된 부분이 경쟁 포인트예요. 그렇게 다들 자기 특징을 살려서 뭔가 해 나갈 때 새로운 것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오늘 여러분들에게는 콘셉을 정하고, 시스템을 만들고, 그리고 콘텐츠를 쌓아 가는 이야기를 해드릴 거예요. 이건 제가 디자이너로서 문제를 해결한 방식이에요. 여러분들도 뭔가를 준비하시면서 각자 자기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염두에 두시면서 문제를 해결하시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THANKSBOOKS RISING

아이덴티티라는 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지고도 있지만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부분이기도 하죠. 저는 서점을 운영하기 전에 그래픽 디자이너로 브랜딩과 출판 편집 디자인 일을 했어요. 물론 지금도 하고 있고요. 브랜딩 프로젝트는 주로 화장품 패키지 일들을 많이 했어요.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마몽드, 미장센 같은 브랜드를 개선하고 패키지 만드는 일들을 했죠. 기업 홍보물도 만들었어요.

지금 땡스북스가 쓰고 있는 공간이 저희 클라이언트 중 한 분이 운영하는 건물의 갤러리 카페였는데, 장사가 안 됐어요. 지하와 2층을 갤러리로 남기고 1층에 뭔가 어울리는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고 저한테 상담을 하셨어요.

그 당시 홍대 정문 앞에 있던 홍익서점이 없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홍대 앞에 전문서점만 있지 일반서점이 없었던 거예요. 퇴근길에 책을 사던 곳이 없어져 불편하던 것이 생각나 홍대 앞에 동네서점이 없으니 해보시라고 권해 드렸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해달라고 하셔서 외국에서 봤던 좋은 서점들을 참고해 제안서를 만들어 드렸는데 그 기획 안을 보시더니 직접 할 엄두가 안 나셨던지 못하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보고 직접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사실 저는 제 인생에 가게를 한다는 건 염두에 두지도 않았고, 할 생각도 없었어요. 일단 제가 잘 모르는 일이라 피곤하잖아요. 그런데 임대료를 정말 아주 말도 안 되게 싸게 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보증금도 없고. 그래서 시작했어요. (웃음)

서가와 책, 서점의 영원한 고민거리

이렇게 주어진 기회를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며 내가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만 가지고 좋은 경험을 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제가 책을 좋아하고 서점 가는 걸 좋아하지만, 서점을 운영하는 건 별개잖아요. 가능한 금액을 정해 놓고 해보다가 안 되면 수업료 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제가 시작할 때 생각한 금액, 얼마인지 궁금하시죠? 그 금액은 안 알려드릴 거예요. (웃음) 다들 상황이 다른데 잘못된 정보를 드릴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크지 않은 금액이었어요. 그 돈을 가지고 짧게는 6개월, 조금 더 욕심을 내면 1년간만 문 닫지 않고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먼저 오픈 날짜를 정했어요. 그때가 2011년 2월이었어요. 캘린더를 펼쳤는데 서점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상 3월부터는 임대료를 내야 해요. 그렇다고 3월 초에 당장 오픈 할 수는 없고. 그래서 3-2-1, 숫자가 좋더라고요. 뭔가 카운트다운 하는 느낌이고. 3월 21일로 오픈 날짜를 먼저 정했죠. 무언가 부족한 게 많더라도 빨리 인정하고 드러내 놓은 다음 개선하자고 마음 먹었어요.

평소 제가 좋아하던 출판사들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서점 운영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죠.
출판사들은 작은 동네 서점에 책을 공급해주지 않거든요.

오픈 날짜를 정하고 그 다음 준비를 했어요. 서점 운영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에 제일 먼저 평소 제가 좋아하던 출판사들 리스트를 뽑아서 홈페이지에 들어갔죠. 그러고 홈페이지 대표 이메일 주소로 메일을 보냈습니다. 홍대 앞에 동네 서점을 오픈 하려고 하니 책 좀 보내달라고. 스물 몇 군데에 메일을 보냈어요. 답장이 몇 군데에서 왔을까요? 한 군데에서 왔어요. 문학동네에서. 안 된다고. (웃음)

그 당시 동네 서점들은 문화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베스트셀러랑 잡지, 참고서 위주로 책을 파는 공간이었어요. 출판사들은 작은 동네 서점에 직접 책을 직접 공급해 주지도 않았고요. 책은 총판을 통해서 유통이 돼요. 작은 동네 서점은 총판에서 책을 받고, 대형 서점들만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는 거였는데 저는 아무 것도 몰랐죠.

그런데 오픈 날짜를 정하고 서점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책이 없잖아요? 저는 정말 처음 서점 오픈 하고 몇 개월간은 이 공간에 책이 가득 차면 정말 원이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불과 1년만에 이 책들을 어떻게 빼내야 할까, 완전히 다른 고민을 하게 됐죠.

오픈 한 날에는 모든 책이 표지가 보였어요. 왜? 책장을 빈 채로 둘 수는 없잖아요. 책장 한 칸당 책 한 권을 확보하기 위해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출판사들 리스트를 뽑았어요. 다섯 군데가 있더라고요. 제가 디자이너라서 디자인하우스, 안그라픽스, 홍디자인, 세미콜론, 포토넷 5곳과 다행히 제가 아는 후배가 마음산책의 디자이너여서 그 디자이너 통해 사장님께 부탁해서 마음산책까지 6곳. 안 그랬으면 디자인 책만 있을 뻔 했죠. 그렇게 6개 출판사 책으로 시작했어요. 그 출판사들도 책 주기 싫었겠지만 제가 사정을 했어요. (웃음) 서점에 보낸 책이 안 팔리고 나중에 반품되면 이미 사람 손 타고 낡아져 있어요. 사실 출판사 입장에서는 판매가 불확실한 서점에 책을 위탁 판매로 공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CONCEPT: 동네 서점

서점을 하기로 마음먹고 오픈 날짜 정하고 나면 어떤 서점을 할 것인가, 콘셉에 대해서 고민할 수밖에 없죠. 제가 정한 콘셉은 ‘동네 서점’이에요. 땡스북스가 오픈하기 전까지만 해도 작은 동네 서점들이 동네 서점이라는 이름을 내세우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동네 서점’을 제가 운영하는 서점의 가장 큰 컨셉으로 잡았어요. 동네 서점은 그 동네에 뿌리를 내려야 해요. 그 동네와 같이 호흡하고, 동네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그래서 ‘동네 서점’을 땡스북스 앞에 늘 같이 따라다니게 했죠.

동네 서점은 그 동네에 뿌리를 내려야 해요. 동네와 같이 호흡하고, 함께 성장하고.

마케팅과 브랜딩을 하다 보면 사람들에게 뭔가를 알릴 때 컨셉을 명확히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다들 그렇게 중요한 것들을 내세우지만 시간이 가면 컨셉이 흐려져요. 그러면서 브랜드가 애매해지는 거죠. 그 브랜드 본연의 것을 찾아서 원래 갖고 있는 것을 돋보이게 해야지, 인기에 영합하거나 트렌디하다고 억지로 뭔가를 끼워 넣으면 당장은 좋아 보일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생명력이 없어져요.

홍대라는 동네는 문화적인 다양성이 살아 있는 동네죠. 그런 개성 강한 상점들 중에서도 서점이니까 따뜻한 느낌이 되기를 바랐고, 그래서 땡스북스는 의도적으로 노란색을 지속적으로 썼어요. 그리고 심플한 타이포그래피로 지금과 같은 조합을 쓴 건 이런 구조가 기존에 없었기 때문이에요. 글자만 가지고 만든 로고 타입은 많지만, 그런 로고 타입 중에서 다르게 하고 싶은 부분을 찾았고요, 가운데 바(bar)는 책을 가장 심플하게 표현한 거죠. 그 덕분에 노랑색 땡스북스 간판은 서점의 아이덴티티를 대표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네이밍, 서점이름이 제일 고민되었어요. 처음에 디자인적으로 조금 더 멋진 이름들도 고민해봤는데, 왠지 내 것 같지 않은 거예요. 그러다가 내가 왜 서점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했어요. 생각해 보니까 그래도 책이 좋은 거죠. 책이 좋고 책한테 늘 고마운 마음이 있고. 우리말로 풀면 ‘책들아 고마워’처럼 되었을 수도 있어요. 제가 만약 서울 도심 쪽 역사가 깊은 곳에 서점을 만들었다면 그렇게 네이밍을 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홍대는 글로벌하게 소통되는 지역이어서 딱히 외국 책을 취급하는 서점은 아니지만 홍대라는 특성을 고려해서 이름을 영문으로 했어요. 영문이 조금 더 세련되어 보이는 느낌도 분명히 있고요. 그래서 땡스북스라는 이름이 떠올랐고, 구글에서 쳐봤더니 아무 것도 안 뜨는 거예요. 도메인 사이트에 들어가서 thanksbooks.com을 쳐봤더니 살아 있었어요. 바로 도메인부터 샀어요. .com, .kr.

디자인적인 아이덴티티를 잡는 것은 오너인 제가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비용 부담 없이 가능한 부분이에요.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이 디자인에 욕심을 내면 다 비용이죠. 그러면 초기에 양질의 책을 구하는 것처럼 우선순위가 높은 일에 돈을 쓸 수 있는 여지가 없어요. 하지만 저는 제 경험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디자인을 진행하는 게 재미있었죠. 사실 서점 운영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경영적인 어려움은 많이 힘들어요. 하지만 디자인적으로 뭔가를 풀어 나가는 부분은 클라이언트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서 이런 일들이 주는 즐거움이 서점을 운영하는 데 큰 힘이 되죠.

제게 서점을 하고 싶다고 자문을 구하는 분들이 계셨어요. 그런 분들이 오실 때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 상담을 해드렸는데, 그럴 때마다 각자 지금까지 해온 커리어를 새로 시작하려는 일에 최대한 접목시키시라고 말씀 드려요. 그래야 다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개성과 경쟁력이 생겨요.

SYSTEM: WIN-WIN

땡스북스는 철저하게 ‘윈윈(win-win)’이라는 시스템으로 운영해왔어요. 그 부분을 좀 자세하게 말씀드릴게요.

땡스북스는 항상 출판사 한 군데랑 4주간 전시를 하고 있어요. 이게 저희의 자랑거리이자 다른 서점과 차별화되는 부분이죠. 출판사랑 직거래를 하면서 판매가 불확실한 저희처럼 작은 서점에 책을 공급해주는 출판사들에게 더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오픈 초기에는 워낙 빈 공간이 많아서, (웃음) 기꺼이 메인 책상과 벽면을 전시장으로 할애했어요. 지금은 워낙 신간이 들어오는 속도도 빠르고 종수도 늘어나고 있으니까 책을 굉장히 신경 써서 놓을 수밖에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벽면과 큰 책상 하나는 늘 전시에 할애하고 있어요.

전시는 매출에 신경 쓰지 않고 독자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주는 쪽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책을 판매만 하려고 하는 순간 이게 전시가 아니라 홍보가 돼요. 저희가 그걸 굉장히 콘트롤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땡스북스랑 호흡을 맞춘 지 얼마 안 된 출판사들은 벽면에 신간을 프린트해서 붙이거나 배너를 걸려고 해요. 저희가 돈을 받고 이 공간을 빌려 드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이건 전시라는 부분을 이해를 시켜드리죠. 그간 홍보만 해보셨지 전시를 안 해보셔서 모르는 거예요. 결국은 책을 소개하는 건데, 판매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조금 더 콘텐츠의 장점을 보여주며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전시예요.

땡스북스 전시는 출판사와 윈윈 프로젝트에요. 열린책들하고 했던 전시를 좋은 전시 사례로 소개해 드릴게요. 열린책들 세계문학전집 200권 기념으로 그때 나온 『노인과 바다』를 만든 편집자의 책상을 그대로 옮겨 놨어요. 책 한 권이 나올 때까지 본 교정지들을 다 꺼내 놨고, 그때 참고했던 책들, 『노인과 바다』의 여러 판본과 헤밍웨이 책들도 같이 놨고, 그리고 채택이 안 된 표지들도 한쪽에 전시했고요. 그런 식으로 출판사의 책상이 오면서 독자들은 한 권의 책이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알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죠. 이런 전시는 출판사와 작은 동네 서점들이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력적인 부분들이죠. 전시들을 통해 서점 분위기에 변화를 주고, 꾸준히 직거래 출판사를 늘려 현재는 직거래 출판사가 500여 개가 됐어요.

땡스북스의 또 다른 구성요소

책 이외에도 음반을 꼭 놓고 싶었어요. 책과 음악, 커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사실 CD는 판매가 잘 안 돼요. 초기에는 메이저 레이블을 놔 봤는데, 가격을 비교해보면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가격대로 맞춰주기가 힘들어요. 그러다 보니까 굳이 땡스북스에서 음반을 살 이유가 없죠. 그래서 홍대 앞에 있는 제작사들의 레이블들과, 홍대 앞 뮤지션들의 CD들을 놨어요. 그러다 보니까 판매가 늘어요. 클럽 공연이 있고 후에 찾아오거나, 뮤지션들이 와서 사가기도 해요. 이때부터 우리는 콘텐츠를 우리 동네에서 찾자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홍대 앞에 있는 스튜디오, 작업실, 출판사들의 물건들을 꾸준히 직거래로 늘려 가기 시작했어요.

우리는 콘텐츠를 우리 동네에서 찾자고 생각했어요.그리고 동네의 작은 공방들,
스튜디오들, 회사들과 어떻게 하면 서로 이익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독립출판물도 초기에는 입고를 시켰는데요, 이미 홍대 앞에는 유어마인드라는 훌륭한 독립출판물 전문서점이 있어요. 그래서 저희가 생각을 달리했죠. 우리가 굳이 독립출판물까지 취급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어요. 그 이후에 저희에게 먼저 입고 의뢰가 들어오는 독립출판물은 다 유어마인드를 추천해 드리죠. 우리는 일반 출판사의 책들을 큐레이션해서 보여주는 동네 서점이고, 유어마인드는 독립출판물 전문서점이고. 각자 전문성을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그게 동네 서점으로서 서로 같이 윈윈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서점에는 꽃도 판매해요. 동네에서 드라이플라워를 제작하는 분께서 땡스북스에서 판매를 해보고 싶다고 먼저 찾아오셨어요. 그래서 기꺼이 공간을 내드렸고, 판매가 활발하지는 않지만 계속 꽃이 들어오니까 서점 분위기도 살고 아주 좋아요.

땡스북스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는 가구도 판매하죠. 바이헤이데이라는 가구회사의 가구인데, 이 회사의 가구를 판매하는 건 저한테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창업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정말 돈을 최대한 아껴 써야 했는데, 매대 구입비에 제가 생각했던 예산의 상당수가 들어가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온라인 가구회사에 들어가서 가구들을 계속 들여다보다가 게시판을 봤더니 가구를 직접 보고 사고 싶은데 볼 수 있는 곳은 없냐는 소비자 글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바이헤이데이는 쇼룸이 없다는 답글이 달렸어요. 그 다음날 제가 전화했죠. 땡스북스가 쇼룸을 하겠다. 그래서 가구를 받았어요. 무료로 받아서 판매도 하고 매대도 해결하고.

저희가 서점을 꾸려 가면서 홍대 앞이라는 동네에서 동네의 작은 공방들, 스튜디오들, 작은 회사들과 어떻게 하면 서로 이익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런 부분들을 끌어들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서로 윈윈 시스템이 된 거죠.

CONTENTS: 책을 사는 독특한 경험

콘셉을 정하고 시스템을 만들어 나갔더니 콘텐츠가 쌓여 나가기 시작했어요. 그 중의 하나로금주의 책이라는 게 있어요. 스태프들이 돌아가면서 매주 한 권의 책을 골라서 리뷰하는데, 리뷰 퀄리티가 높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희가 사진을 조금 더 꼼꼼히 찍고 북디자인에서 등한시하는 뒷표지도 꼭 찍어서 올려요. 매주 한 권씩 책을 소개했더니 이제 거의 5년이 되었어요. 콘텐츠가 쌓여 가니까 출판사에서 금주의 책에 소개해 달라고 부탁도 와요. 오랜 기간 쌓아 온 아카이빙의 힘이죠. 시스템을 만들고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왔더니 어느 시점에선가 성과들이 생기는 거예요.

땡스북스에는 땡스북스에서 산 책에 찍을 수 있는 작은 스탬프가 있어요. 책은 땡스북스에서 사나 예스24에서 사나 다 똑같죠. 하지만 저희는 책을 사는 경험을 다르게 만들고 싶었어요. 책을 한 권 사서 그 책의 콘텐츠를 읽는 건 중요하죠. 하지만 내가 그 책을 구입하면서 느낀 감정들, 즐거움들, 이게 개개인에게는 중요한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분들은 스탬프를 찍어서 땡스북스에서 책을 샀다는 작은 흔적을 남길 수 있게 해드렸고요.

땡스북스는 서점이라는 공간이지만 지속적으로 동네에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개방했어요. 《히읗(ㅎ)》이라는 타이포그라피 잡지가 창간 행사를 할 때도 저희가 공간을 개방해서 작은 서점이 파티장처럼 활용되었어요. 저자와의 만남도 했고요. 이런 행사들은 최근 2년간은 하지 않고 있어요. 2년 반쯤 되었을 때부터는 이런 행사를 하면 손님들이 책을 사러 왔다가 못 사고 그냥 가시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매장에서의 행사는 피했지만, 초기에는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다양한 강연들도 했죠. 홍대니까 인디 뮤직 씬에서 CD를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했는데 그때 줄이 땡스북스 건물을 에워쌌어요. 역시 무료의 힘은. (웃음)

그리고 또 자랑스러운 거 하나. 땡스북스에서 새로운 한글 폰트 2개가 첫 선을 보였어요. ‘안삼렬체’와 ‘공간체’인데요. 이 중 ‘공간체’는 온라인에서는 폰트클럽이라는 곳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 패키지는 다른 데는 어디에도 없고 땡스북스에서만 팔아요.

땡스북스는 전시를 하면서 포스터를 만들어요. 제가 디자이너다 보니 저와 저희 스튜디오 디자이너들에게 이런 건 일이 아니라 힐링이죠. (웃음) 포스터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아요. 사람들이 벽면 보고 테이블 보고, 2층으로 올라가려고 하세요. 포스터까지 있는 전시니 뭔가 더 볼거리가 있는 줄 오해하신 거에요. (웃음) 서점 전시는 책이라는 좋은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어요. 대신 플러스 알파에 대해서 항상 고민하죠. 이 책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해요. 저자가 책 한 권을 내려면 무수히 많은 노트와 부산물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어요. 그걸 자연스럽게 꺼내 보여주면 그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은 너무 기쁜 거죠. 그런 프로그램들로 서점 전시들을 꾸려 가고 있습니다.

서점 밖 영역들

가로수길에 땡스북스가 조그맣게 생겼다가 문을 닫은 적이 있어요. 땡스북스가 2년쯤 되었을 때 에이랜드라는 의류 편집 회사가 가로수길에 크게 매장을 오픈하는데 5층에 공간을 줄 테니 책을 팔라고 아주 좋은 조건으로 연락을 주셨어요. 에이랜드라는 의류 회사는 에이랜드라는 브랜드가 단순 의류 브랜드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바뀌길 원했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되려고 보니 편집샵에 옷만 놔서는 매력도가 떨어졌던 거죠. 그 이전에는 멋진 외국 책들을 소품으로 놨는데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땡스북스가 입점해서 6평 정도의 공간을 가로수길에 어울리는 책들로 꾸몄죠.

땡스북스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했는데, 운영이 나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에이랜드가 건물 소송 건 때문에 자연스럽게 같이 나오게 되었어요. 주체적으로 하지 못하는 일들은 내 의지와 상관 없이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이 생겨요. 그 점을 배웠죠. 그리고 여기서 나오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홍대 앞 땡스북스에 여유 공간이 없으니까 그 책들을 반품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출판사에 미안했던 경험이에요.

땡스북스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지만 제가 그래픽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땡스북스는 북디자인 일도 해요. 사실 땡스북스를 운영하기 전에는 기업 디자인 일들 위주로 일했어요. 서점 일을 하게 되니까 자연스럽게 출판사 분들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북디자인을 해오고 있죠. 그래서 북디자인 하는 것도 땡스북스 일의 중요한 부분이에요.

독서학교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했어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금을 받아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해 봤는데, 무료일 때는 참여가 좋은데 유료가 되면 쉽지 않아요. 이런 독서  프로그램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 숙제에요.

지치지 않는 활력을 찾는 것

땡스북스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동네 서점은 저에게는 엉뚱하게 다가온 일이었어요. 싼 임대료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매달렸고, 비용이 적었기 때문에 더 아이디어를 찾을 수밖에 없었어요. 살아남아야 하니까. 지금 생각하면 지난 일들이기는 하지만 여러 어려움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매일 아침 가게 문을 열면 썰렁한 책장을 보며 언제 여기 책장에 책이 다 찰까 고민했지만 어느 순간 이 책들을 어떻게 반품해야 하나, 완전히 다른 고민을 하고 있고요.

3개월만 열심히 하면 고민이 좀 줄겠지 했는데 고민은 안 줄어요. 다른 고민들이 생겨나는 거죠. 제가 딱 1년 운영했을 때 마음을 고쳐 먹었어요. 내가 죽을 때까지 고민은 계속되는 거구나. 상황은 점점 좋아지지만 좋아진다고 고민이 없어지는 건 아니고 다른 차원의 고민들이 생기죠. 그런 고민들을 지금도 계속 풀어 가고 있는 중 입니다.

중요한 것은 결국 “일상을 살면서 어떻게 활력을 찾고, 나에게 지치지 않는 에너지를 주며, 즐겁게 생활하는 것” 같아요. 땡스북스는 저에게 큰 활력을 줬어요. 제가 땡스북스를 시작하지 않았으면 조금 더 편했을 수는 있었겠지만, 삶이 이렇게 활기차고 즐겁지는 않았겠죠.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와서 여러분과 만날 수 있었던 것들도 땡스북스를 했기 때문이고요.

저는 땡스북스를 운영하면서 지치지 않으려는 노력을 많이 해요. 지금까지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서점을 운영해오고 있고, 다행히 몇 가지 고비들을 넘겼지만 앞으로도 풀어 가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문제들을 즐겁게 해결해 나가며 오랫동안 노란 간판 불빛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자 이상으로 제가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A

Q. 동네 서점을 오픈 창업하는 게 트렌드라는 느낌이 있거든요. 5년 전 땡스북스로부터 시작된 이 트렌드는 왜 생기는 걸까요?
A. 제가 트렌드를 분석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결국 서점이 대표하는 느낌은 여유죠. 제일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갤러리를 가거나 조금 더 수준 높은 공연을 보러 가는 건 아직 문턱이 높죠. 영화는 그래도 쉽게 볼 수 있지만 대규모 배급사들이 장악해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지는 않아요. 사회가 문화적 다양성을 갖추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우리 사회가 그런 면에서는 많이 부족하죠. 굉장히 획일화되어 있었고, 아직도 뭐 하나가 유행하면 쏠리는 현상이 강하죠. 그러다가 조금 작은 변화, 작은 시도가 존중되는 쪽으로 변해 가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사실 저는 프렌차이즈 가게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문제는 프렌차이즈 가게만 있는 거죠. 그 동네만의 조그만 빵집이나 색깔 있는 미장원처럼 개성 있는 곳들이 장점이 많은 프렌차이즈 가게와 함께 있다면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지는 거죠. 그래야 서울이라는 동네가 더 다양해지고, 다른 동네 놀러 갔을 때 즐거움도 크고요.

요즘 다양한 작은 문화 공간들이 생기는 변화에는 저성장 기조도 한몫 하는 것 같아요. 에너지들이 밖으로 뻗어 나갈 데가 없다 보니 조금 더 소소한 데에 눈을 돌리는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냥 제 의견이었습니다. (웃음)

 

Q. 저는 대전에서 왔는데, 대전은 너무 특성이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표님은 늘 있는 동네에서 어떻게 콘텐츠를 뽑아 내고 그걸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보여주고 계신지.
A. 제 고향이 대전이에요. 스무 살까지 대전 생활 하다가 대학을 서울로 와서 지금까지 서울 생활을 하고 있죠. 대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지역들이 다 비슷해요. 획일적이죠. 대전의 장점은 여유가 있다는 거지만 문화적인 잣대를 들이대면 정말 열악해요. 콘텐츠들이 별다른 게 없죠.

제가 아까 활력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일단 제가 즐거워야 해요. 일단 제가 즐거워야 제가 사람들한테도 친절하고 여유가 생기는 거예요. 그래서 컨디션 조절을 잘하는데. 누구나 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저는 목욕탕 가는 거, 자전거 타는 거, 산보하는 거 좋아해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든 제 일상 속에 집어넣는데. 저는 출퇴근을 자전거로 해요. 처음에는 지하철 타고 가끔 택시 타고 다니다가 운동할 시간도 없고, 자전거를 타고 싶은데 시간을 못 빼는 거예요. 그래서 한 번 용기 내서 자전거로 출근해 봤더니 생각보다 힘들지도 않고 너무 즐거운 거죠. 그게 반년 정도 됐는데, 이번 여름도 꼬박 자전거로 다녔어요. 아침저녁으로 제가 좋아하는 걸 하니까 그게 활력소가 되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면 일이 늘어지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동기부여를 해요. 그런 동기부여가 안 되면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런데 내가 이거 끝내고 놀러 가야지, 커피 마셔야지 하면 나도 모르게 집중력이 좋아져서 빨라져요. 물론 디테일은 떨어질지언정. (웃음)

저는 그 훈련이 십여 년간 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 자꾸 동기부여를 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간을 콤펙트하게 쓰고. 가급적이면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노력하고. 제가 소심해요. 그러다 보니까 망설이는 것도 많고. 그래서 더더욱 컨셉을 만들고 시스템을 정하고,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서 조금 더 활력을 찾는 거예요. 내가 원하는 것은 스스로 찾아야지 누가 나한테 주지 않아요. 어떻게든 내가 지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는데, 그런 노력을 하다 보니 이제는 노하우가 생겨서 남들이 보기에는 안 지치고 일하는 것 같아 보이는 거죠.

설명이 길었는데, 대전은 서울과 비교하면 분명 문화적인 부분 같은 데서 서울보다는 부족하지만 대전이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고, 책이라든가 그 외에 다른 것들로 접할 수 있는 것들로 어떻게든 풀어낼 수 있다고 봐요.

 

Q. 직원 규모가 궁금합니다.
A. 디자인 스튜디오 직원이 4명, 서점 정직원이 2명, 서점 아르바이트 직원이 3명, 그래서 총 10명이에요. 서점에 있는 사람은 정직원 2명에 아르바이트 직원 3명, 5명입니다. 항상 2~3명 정도씩 상주하고요.

땡스북스는 초기부터 서비스를 파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공간이 좋아서 자주 드나들다 보면 그 공간에서 돈을 쓰게 되어 있죠. 손님들에게 ‘책을 사세요’보다는 ‘이 공간을 좋아해주세요’ 라고 계속 메시지를 보냈어요. 그런 실천으로 외부 음료를 가져와도 뭐라고 안 했고요, 사진을 찍어 가도 뭐라고 안 했어요. 다만 주위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 때만 양해를 구해요.

저는 직원들에게 손님들로부터 스트레스 받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해요. 손님들에게 너무 친절하게 대하지도 않고 너무 무심하지도 않고. 왜냐, 이 공간에서 책을 안 사고 가도 안 미안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에요. 들어가서 책을 안 사고 나오는 게 미안하면 다시 안 오게 돼요. 그냥 이 공간에 자주 와서 이 공간을 즐기다 보면 이 공간에서 책을 사게 되는 거죠. 그래서 꾸준히 우리는 책을 판다기보다는 서비스를 파는 공간이라는 걸 직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고요. 지금도 그 모토로 운영하고 있어요.

또 저희가 카페 기능이 있는데, 카페 매상은 크지 않아요. 원두 소비의 상당수는 저희 직원들이랑 클라이언트들이에요.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건 저희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에요. 뭔가 나눌 수 있는 여지가 있잖아요. 기꺼이 줄 수 있는 걸 가지고 있을 때 소통이 일어나는 거죠. 그래서 동네 서점으로서 땡스북스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거고. 그런 소통 덕분에 즐거운 거죠. 아까 같이 땡스북스에서만 판매하는 폰트도 있고, 여러 아티스트들이 전시를 하면서 콘텐츠들이 땡스북스와 셰어되고, 그런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아이덴티티가 단단해지는 거예요. 이런 경험들을 5년째 제가 하고 있고요. 그러면서 느껴지는 것들은 훨씬 더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거죠.

사실 제가 뭘 함에 있어서 자신감과 충만감이 크지 못했는데, 서점을 운영하면서 그런 점들이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요. 무언가 베풀 수 있는 것이 생겨났고 그걸 통해 받는 기쁨 때문이에요. 일방적인 도움은 오래 못 가요. 당장은 고마울 수 있지만, 내가 기꺼이 줄 수 있는 건 주고 받을 수 있는 건 받으면 관계가 건강하게 지속되는 거죠. 그런 관계들을 계속 만들어 가고 있고요. 그런 과정이 재미있어요.

 

Q. 요즘 오프라인에서 책을 사는 분들이 많지 않잖아요. 그러면 서점을 운영하시면서 매출에 플러스가 하게 되는 요인이 뭐가 있나요?
A. 저희는 다행히 책을 많이 팔아요. 책을 팔아서 저희 서점 직원 5명 월급 다 나가고 임대료까지 해결되는 상황입니다. 저희 시스템은 윈윈시스템이기 때문에 임대료도 매출이 좋아지면서 지속적으로 올려 드렸어요. 가끔 조금 더 플러스가 될 때는 지속적으로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 쓰고. 저는 디자인 스튜디오 일을 하기 때문에 서점에서 수익이 나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안 가져갑니다. 그냥 계속 서점에 재투자를 하는 거예요. 다행히 마이너스가 안 난 지는 3년이 넘었죠. 오픈서부터 처음 6개월 정도만 힘들었지, 그 이후부터는 임대료 내고 인건비 주고 지금까지 문제 없고. 그 부분은 넘어선 것 같아요.

 

Q. 어떤 종류의 책들이 많이 팔리나요?
A. 저희가 판매하는 책들은 홍대스러운, 문화 관련된 책들이 많아요. 땡스북스 홈페이지 오시면 ‘금주의 땡스북스’라고 해서 매주 판매가 잘된 책들이 3년간 쫙 나와 있어요. 그거 참고해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교보나 예스24 판매랑 달라요. 조금 더 비주얼이 중심이 된 책들이 많고 잘 나가요.

 

Q. 작년에 도서정가제가 개정된 이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도서정가제 개정하고 나서 초반에는 판매가 줄었어요. 그 이전에 책을 많이들 사셨어요. 한동안 책을 안 사도 집에 읽을거리가 많으셨을 거예요. 그러다가 분위기가 살아났고요. 가을이 비수기인데, 올해는 메르스 탓도 있어서 조금 살아나는 것 같다가 조금 주춤하고 있어요. 겨울까지는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도서정가제를 긍정적으로 봐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싸게 살 수 있는 책을 비싸게 사는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출판 시장이 건전해질 수 있어요.

소비자들이 더 싼 값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걸 캠페인을 통해서 “동네 서점을 살려야 합니다,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삽시다” 이렇게 호소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요. 그냥 소비자가 알아서 선택하는 거예요. 스스로 더 매력적인 소비를 하는 거죠. 동네 서점이 그런 점에 있어서 동점심에 호소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스24의 장점은 싼 가격이죠. 배송을 기다리더라도 가격 경쟁력을 더 높게 치면 소비자는 예스24 이용하고, 많은 책들을 보고 싶으면 대형 서점에 가고요. 하지만 그냥 책이 있는 다양한 공간을 즐기고 싶으면 여러 동네 서점에 오는 거죠.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셋을 동시에 충분히 즐기는 게 좋아요. 그래서 싼 가격에 온라인 서점에서도 사고, 산보 나왔다가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동네 서점에서도 한두 권 사서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도 보고 그날 밤에도 보고. 그런 매력이 크죠. 각각 개인의 기준은 다양하니까요. 자기 취향껏 다양성을 즐기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사회는 그렇게 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Q. 여행을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여행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면 해외여행 같은 데 가서 서점에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해외여행 하면서 기억에 남는 책방 추천해주세요.
A. 많아요. 그것만 가지고도 한 시간 이야기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짧게. (웃음) 저는 뉴욕에서 어학연수 차 1년간 산 적이 있었는데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주로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놀았어요. 그나마 시간이 나면 뉴욕 유니언스퀘어 앞에 있는 ‘반즈앤노블’에 갔어요. 뉴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데가 반즈앤노블이더라고요. 너무 좋았죠. 스타벅스도 있고, 편안한 쇼파도 있고, 하루 종일 책 봐도 뭐라고 안 하고, 천국이었어요. 제가 서점을 하게 된 데에는 그때의 풍요롭던 경험이 아주 컸어요.

얼마 전에는 LA에 있는 ‘스카이라이트(Skylight) 북스토어’에 갔는데 천장에서 빛이 들어오고 서점 안에 나무를 심어 놓은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오사카의 ‘스탠다드 북스토어’랑 교토의 ‘케이분샤’, 그리고 타이페이의 ‘청핀 서점’을 좋아해요. 서점 많은 도쿄에서 제가 좋아하는 서점은 ‘카우북스’에요. 나카메구로에 있는 작은 서점 카우북스는 빈티지 책들을 팔아요. 헌책방이지만 귀한 책들을 팔아요. 작은 공간이지만 셀렉션이 다양하고요. 가운데 다같이 앉는 큰 테이블이 있어요. 작은 공간이지만 충분히 책을 즐길 수 있게 해 놓은 게 인상적이었고요. 이 정도 추천해드릴게요.

 

Q. 서점이 제일 많이 망하는 업종 중 하나라고 알고 있는데, 서점에서 책을 더 많이 읽게 하기 위한 노력 같은 건 생각해 본 적 없으세요?
A. 땡스북스를 했던 시도들이 다 책을 많이 읽게 하려는 노력들인데, 약간은 다를 수 있지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지갑에서 몇 만 원을 들여서 하는 소비들 중에 사실 저는 책만큼 투자 대비 만족도가 높은 소비는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책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으면 책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에게 메시지를 주죠. 책장에 꽂아 놓고 내가 관심을 안 줘서 그렇지. 내가 관심만 주면 충분히 나한테 많은 걸 돌려줘요.

어떤 일이든 좋아하면 계속 하게 돼요. 아무리 좋은 취지여도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독서도 그런 거 같아요. 이 책이 나한테 흥미가 없으면 억지로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빨리 치우고 눈을 돌리면 또 내 관심을 끄는 책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런 책들과 시간을 보내면 돼요. 그 책이 나를 실망시키면 빨리 놓고. 책은 무수히 많잖아요. 책은 충분히 내 기호대로 내 의지대로 마음대로 고르고 바꿀 수 있어요.

 

Q. 아직 유명하지 않은 작가들의 전시도 하고 계신가요?
A. 전시할 때 신경 써요. 메이저 출판사와 전시를 하면 꼭 소규모 출판사도 넣고. 주제도 다양하게 하고 밸런스를 맞추려고 하죠. 인지도 있는 개인 전시도 하지만 신인한테도 기회를 주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서점 운영도 인생도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밸런스는 중간에서 얌전히 정도의 길을 걷는 게 아니라 양 끝에서 끝을 오가더라도 균형감각을 가지면 되는 거예요. 흐름에 몸을 맡기되 내가 중심만 잘 잡으면 이리로 가든 저리로 가든 상관없이 즐거운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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